오래 전 서울 집의 앞집에 도둑이 들었었단다. 깜짝 놀란 그 집 아들(근 50이 다 되가는데 아직도 노총각이다)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그 도둑을 불러 앉혔단다. 그리고 아끼던 양주 한 병을 까서 날이 새도록 勸커니 酌커니,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며,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우리 앞으로 친구처럼 지내자! 뭐, 이렇게 설득시키고 헤어질 때 다정스럽게 문도 열어 주며 교통비 약간을 주고 헤어졌다는 것이다. 그 뒤로 친구가 됐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신고는 않고 전설 같은 얘기만 남아서 동네에 떠돈다. 이 정도면 낭만주인 낭만 도둑이다.

전 주인 양반께서 잘 키운 주목인데...

cctv도 함께 설치해야 하는데 이 놈 때문에 사가지대란다. 두 번 생각할 거 없이 아들 사위 동원 해서 과감히 잘랐다.
가내공업수준의 제조업을 하다가 쫄랑 망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좌절의 시간이었다. 고물고물 3남매는 매달려 있지요(아이들은 미취학 전이었다).... 한동안 술로 그 시름을 잊다시피 했다. 어느 날 소주 한 병을 사서 마시고 깊은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에 한기를 느끼고 깨어보니 창문이 열려있는 것이다. 그냥 다시 닫고 나머지 잠을 잔 뒤 아침에 일어나‘내가 마신 술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었었냐?’고 아내에게 물어보니 금시초문이란다. 아무리 사업은 망했지만 방구석에 죽칠 수만은 없는 법. 바지를 찾으니 분명히 옷걸이에 걸어 둔 바지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찾다가 우연히 담장을 바라보니 그곳에 걸쳐져 있다. 아이고! 간밤 도둑이 다녀 간 것이다. 급히 엊저녁 소주를 사고 300원(당시 소주 한 병에 700원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얼만지 모른다)남은 것을 확인해 본즉 그것을 털어간 것이다.참, 정말 지저분한 도둑놈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 보채면 100원씩 주고 아비의 체면을 살리려고 했는데... 그래도 나는 간밤의 도둑에게 마음속으로 사과를 했다.“도둑님! 훔쳐 갈 게 없어서 미안 하우!”가난한 주인에 쪼잔한 도둑님이다.

뿐만 아니다. 뒤 꼍의 향나무, 살구나무, 매실나무, 튼실 했던 라일락 나무...등등 애꿎게 반 이상이 잘려 나갔다.
선조 때든가? 숙종 때든가? 의 일이다. 한양 땅 계동에 홍씨 성을 가진 선비가 살았는데 학문이 꽤 높았단다. 대저 당시의 딸깍발이들이 그저 학문만 팠지 집안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하루는 도둑이 방문을 했는데 바로 위의 내 경우처럼 훔쳐갈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집 주인의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여 불현듯 가련한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빈 솥에 다른 집에서 훔쳐온 엽전꾸러미를 슬그머니 두고 줄행랑을 쳤다. 다음날 아침 임진왜란은 난리도 아닌 난리가 그 집에서 일어난 것이다.(그냥 상상에 맡기겠다)그 후의 얘기는 필름이 끊긴다. 그러나 그 선비 결국 출세를 했고, 후일 엽전 꾸러미를 두고 간 도둑과 인간적 재회를 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 정도면 일지매만 의적이 아니다. 어쨌든 의로운 도적으로 칭송(?)을 받아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실존 인물들이었는데 그걸 다 잊어 먹었다.

시원 하긴 한데....허전 하다. 그래도 어쩌나 며느리 놀래는 거 보다야 낫지.
한 열흘 전 쯤? 아들 내외가 손녀 예솔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오겠단다. 오라고 간청(?)은 못해도 오겠다는 아이들 못 오게는 할 수 없는 것. 기쁜 마음으로 일손도 안 잡히며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그 아이들이 내려온다고 하기 전 미리 둘째 딸아이로부터 귀띔을 받아둔 게 있었다. “어제 저녁에 위층(아들내외, 딸 내외는 아래층)에 도둑이 들었대요.”, “뭐라고!? 도둑!?”뭐, 이렇게 놀라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약간의 피해만 있었을 뿐 우선 사람이 안전하니 안도를 했던 것이다. 금붙이 몇 점 도난당했는데 오히려 같은 장소의 깊이 넣어 둔 현금은 두고(?) 갔다는 것이다. 그날 인근에서 세 집이 더 털렸단다. 이 정도면 별난 도둑놈이다. 현금을 두고 갔으니....그 집들도 현금은 두고 갔는지 그게 궁금하다.

꽉꽉 눌러 담아가지고 왔다. 서울에선 버릴 데도 마땅찮고,,,말려서 화목으로 때야겠다. 도둑님 덕분에 올겨울 난방비 는 좀 줄게 되었다.
그제는 아침 일찍 서울 집으로 갔다. 그리고 하루 종일 서울 집의 수풀을 벌목했다. 전 주인이셨던‘막일꾼 선배님’이 숲 가꾸기가 취미이셨는지 꽤 많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도둑이 들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경찰에 신고하고 새벽 세시까지 범죄감식반이 족적과 지문을 찾아내고....밤새 시달렸다는 것이다. 말이라도“도둑을 지켜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며 가급적 방도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고! 부부동반 외출 나갔다 늦은 밤 돌아와 그 수난을 겪었으니 우리 며느리 어린 것이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횅한 서울 집 생각하면 좀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안정을 찾고 어제는 약13k의 매실을 수확했다. 유기농 오이도 몇 개 곁들여.....
당장 방범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엄명을 내렸는데(사실 방범시스템을 그동안 구축해 있었는데 매월 20만원의 이용료가 아깝고 때론 오작동도 일어나 한 밤중에 깨어나기도 하는 불편함도 있어 이곳에 이주하며 반납하고 왔다.), 시스템 구축하러 온 직원들이 숲이 너무 우거져 사각지대가 많다고 난색을 표한다고 해서 벌목작업을 하고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내려왔다. 그리고 기도 한다. 도둑님! 예나 지금이나 우리 집은 하우스 푸어니 가져 갈 게 없습니다. 차후로는 방문을 삼가 해 주십시오!!! 라고....

도둑이 침입한 루트는 거실의 대형 창문이었다. 보통은 사진과 같은 잠금장치 그것도 이중창이니 안심을 하지만, 범죄감식반의 시연으로 알게 되었다며 며늘 아이가 내 앞에서 재시연을 해 보인다. 도둑들은 창틈으로 들어갈 납작한 것을 집어 넣고 재끼니까(특히 창문이 클 수록 그 반동에 의해...)고리가 벗겨 졌다. 향후 창호 업자들은 이 점을 유념하여 창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