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이사를 가고 이사를 들어오고 그렇게 일이 시작되었나 했는데, 3-4개월이 지난 어느 날 우편으로 이름도 모르는 발신자로부터 내용증명이라는 게 날아왔다. 내용인 즉 빚을 어떤 이로부터 1억을 졌는데 전세보증금 중‘그 1억은 아무개의 몫이다.’라는 일방적인 것으로, 알고 봤더니 발신자는 빌라 세입자였다. 그런데 더 뻔뻔한 것은 얼마 남지도 않은 전세보증금(전세 보증금은 모두 2억8천이고, 1억5천을 뺀 나머지 1억3천에 대한...)을 제2금융권에서 융자를 더 받게 해달라며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해 대는 것이었다.
물론 그 요청을 묵살했지만, 얼마 뒤 또 다른 내용증명 한 통이 배달되었는데 이번엔 발신처가 서대문구청이었다. 자그마치 2억5천 반환청구 소송장이었다. 2억8천의 보증금에 물경 4억의 청구가 들어온 것이다. 환장할 노릇 아닌가? 사실 이 일로 이런저런 내용증명 답변서 쓰고 할 때마다(법무사를 통해...) 아내의 잔소리와 지청구를 들어야 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라는 식의.
그동안 말을 안 해 그렇지, 2년 간 그 일로 속 썩은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어디다 호소할 데도 없고. 그래도 내가 믿는 구석은 법이 있는데, 좋은 일 하자고 한 것에 절대 나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위하며 2년의 시간을 보냈고, 드디어 기한이 다 찬 세입자에게 이사를 종용하자 당장 갈 데가 없다며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세 달만 더 봐달라는...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두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 이번엔 某보험사(전세대출을 해 준 곳)에서 전세보증대출상환금 연체이자를 200만원 가까이 내라는 것이었다.
어마뜨거라! 집도 절도 없어 갈 곳이 없다는 세입자에게 연체이자는 내가 낼 것이니 명도소송을 하기 전 빨리 집을 비우라며 통사정을 한 결과 다행히 지난 23일의 금요일 새로운 입주자가 이사를 오는 날이었고 보험사에 연체 이자를 포함한 원금을 갚고 난 뒤, 정해진 법원으로(골치 아파 길게 설명할 수 없지만 법원에도 몇 차례 산골에서 왕복을 했다. 금전은 고사하고 시간을 낭비한 걸 생각하면...지금도 약이 오른다.)공탁금을 납부하러 갔었던 것이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지금부터다. 어떤 경우 나라법이 참 거지같다. 꼭 있어야 할 법은 없고 없어도 좋을 법은 까다롭게 만들어 일반서민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일어난 의사자(義死者)문제 같은 것이다. 죽어가면서까지 좋은 일을 했으면 법 이전에 정서법으로 먼저 의사자에게 혜택을 내리고 법 기준과 판단은 후일로 해도 될 것이다. 가령 알바 생이니 보상이 안 되고, 청해 해운소속지원이라 의사자에 낄 수 없고, 사고수습에 힘을 보태겠다고 자원한 잠수부를 해경과 소속사가 니미락내미락하며 책임회피를 한다면 누가 있어 죽음을 무릅쓰고 의로운 일을 하겠는가? 이런 것들이 오늘날 법령과 조문만 달달 읽고 외운 우리 공직사회의 탁상행정 표본인 것이다.
이번 일로 산골에서 법원을 근 열 차례 오갔고(자동차 연료 밀 부수비용) 종래는 이런저런 내용증명 대필 및 법적인 대책을 위해 법무사를 앞세운 경비 100 수십만 원, 금융회사에서 독촉 받은 연체이자 약 200만원, 공탁금 납부하고 수고했다며 법무사직원에게 다시 교통비나 하라며 준 30만원,,,,등등... 금전적 피해(?)는 차치하고.
공탁금납부 하러간 당일은 정말 성질 같으면 법원을 박살을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법무사직원을 대동하고 갔음에도 무슨 절차가 그리 까다로운지....점심 전에 공탁금 납부수속을 하러 갔는데 저녁6시가 다 되어 그 수속을 마치고 공탁금을 납부한 것이다. 법이라는 걸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 법의 맹점과 빈틈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나름 좋은 일을 하다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피의자나 가해자 취급을 받는 다면 어떤 놈이 좋은 일을 하려 하겠는가? 나 같은 놈은 이 정도에서 그쳤지만 나라 법 때문에 정말 억울하게 당하는 서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이런 것 저런 것 감수하고 돈을 납부하러 갔음에도 수속과 절차가 그렇게 까다롭다면....
내 분노의 절정은 공탁금을 납부하고 나온 뒤였다. 그날따라 법원의 업무가 폭주했는지 주차장이 만차라며 유료주차장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주차를 하고 30분까지 5000원이고 나머지 10분당 1500원이라는 것이었다. 주차를 시킬 당시는 점심시간 전에 끝내고 나오면 많아봐야 돈 만원 내외일 것으로 계산 했기에 큰 부담 없이 주차를 했지만, 결국 저녁6시가 다되어 나와 주차비를 계산 하는데 물경5만6천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치사하게 좀 깎아 달랄 수도 없고...(주차장 관리인이 무슨 죄이며 자동으로 계산 되어 나오는 주차비를 어떻게 깎는단 말인가)그 당시의 분노는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수백만 원보다 더 화가 났던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자신에게 약속을 거듭 했다. 내... 두 번 다시..결단코 좋은 일은 하지 않기로.... 나의 이런 결심 끝에는 또 한 사람의 억울한 피해자가 생겼다. 벌이는 없지요, 엉뚱한 경비는 들어가게 생겼지요, 할 수 없이 새로 이사 오는 젊은 부부 세입자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종전의 보증금보다 천만 원 더 받은 것이다. 미안해요!!! 젊은 부부!!! 그래도 그곳에서 꼭 돈 벌어 집 사서 나가시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