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확실히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름은 좋은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약 보름간 북미여행을 마치고 산골로 돌아오니 말이 아니다. 어떤 곳은 잡초가 그렇지 않아도 작달막한 내 키를 능가할 정도로 자라있고 남들 다 마친 일 년 농사준비를 하자니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막막하다. 게다가 아들 대신 중국 2박3일, 그렇게 다녀온 탓에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해 마누라가 다시 3박4일, 산골에 혼자남아 주변 정리며 파종과 이런저런 모종 심기,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빡세게 놀린 결과 대충 다른 이들과 보조를 맞춘 것 같다. 사실 지금 만신창이는 아닐지라도 온몸이 근육통이 자심하다. 이래서 농사가 어려운가?

요즘은 풀과의 전쟁이다. 예초기 장군을 앞세우고 악전고투 하고 있다.
괜히 이런 말 했다가 정작 귀농. 귀촌하려는 분들 맥 빠지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여유를 가지고 유유자적해도 되지만 이런 상황전개는 순전히 내 성격 탓이다. 한 없이 게으르지만 무슨 일이든 한 번 잡으면 끝장을 봐야하는, 박근혜 대통령 말처럼‘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이 내 몸 안에 또 정신세계에 배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뭐, 개가 진돗개만 있남? 따라서 절대 겁먹지 마시기...

이 정도면 제법 정리가 된 편이다.
북미여행을 떠나기 전 한 가지 고민꺼리가 있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2년 전 어느 날부터 생긴 고민이다. 그러나 설마? 나라 법이 있는데 무슨 일이 있겠나? 했다. 그리고 그 2년이 후딱 지나고 그날이 오고만 것이다. 13일의 금요일이 아닌 23일의 끔찍한 금요일.

복숭아가 어떻게 많이 열렸는지...따주기 보다는 그냥 낙과 되기만 기다려야 겠다.

작년에 1년 생 사과나무와 배나무를 심었는데 사과는 소식이 없고 배는 몇 개 열렸다.
10년 좀 넘었을까? 서대문구 모처에 빌라 한 채를 전세 준 것이 있다. 그 빌라에만 8년을 산 젊은 부부가 있었다. 갓 결혼해서 그곳에 전세를 들어 8년을 지냈고 다시 2년을 더 보냈으니 그 부부는 중년은 아니더라도 제법 연륜이 쌓인 부부가 됐을 것이다. 그 부부가 처음 그곳 빌라에 세 들어올 때 전세금이 좀 모자란다며 집주인이 보증하는 전세대출을 도와달라기에 3천만 원을 보증을 서 주었다. 해해연연 계약기간이 끝나면 전세보증금을 올리려 혈안이 되자만 우리부부는 하늘을 맹세코 단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그들 부부는 8년을 그렇게 살며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며 환한 미소로 작별을 하고 새집으로 이사를 갔었다.

자두 나무에도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많아 열렸다.
그들 부부가 떠난 2년 전,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온 것이다. 이번엔 50대 중반의 부부였다. 자녀들도 다 성장했고. 무슨 재개발지역에서 보상을 받아 집도 한 채 사고, 자녀들 통학과 통근 때문에 가까운 거리로 전세를 얻는다며 그 빌라를 선택한 모양이다. 우리 입장에서야 누가 들어오든 원하는 세입자가 있으면 되는 것이고, 더욱이 우리 집은 주위의 시세보다 30-40% 저렴한(?)관계로 부동산에 내 놓자마자 다음날로 계약을 하자며 연락이 왔던 게 대충 2년여 전의 상황이었던 것이다.("전세금 올리는 것도 빚이다."라는 우리 부부의 지론 때문에...)

이상하게 이 산골엔 집집마다 불두화가 한두 그루씩있다. 불심이 깊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요즘 불두화가 제법 요란하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들었는지(우린 광고를 한 적이 없으니...)전세대출금을 또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번엔 5천만 원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사실 아내는 그때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반대를 했다. 그러나 3천이든 5천이든 지난번에도 별일 없었고 법대로 하는 것인데 무슨 일이 있겠느냐? 그리고 집도 절도 없이 길거리에 나 앉은 시절을 생각해서(우리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고...내가 늘 주장하는...)라도 도와주자는 나의 주장에 더 이상의 군말 없이 설득 당해준 아내. 좀 더 강력히 반대를 했더라면 아내를 이기자 못했을 텐데.....

빡세게 일한 결과 북미여행 때문에 남보다 늦은 농사 보조를 겨우 맞추었다. 두 동의 비닐하우스 그리고 문전옥답에 약 30 종의 남새나 먹거리용 푸성귀를 심고 뿌렸다. 그나저나 비가 좀 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