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초에 아내가 마을‘부녀 회장’이라는 감투를 쓰게 되었다고 썰을 푼 적이 있었다. 감투를 쓴 본인은 마을을 위해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돼 보겠다는 야무진 취임사(내 앞에서만...)까지 했었다. 당초 고사하는 아내에게 하는 일이라는 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면단위 또는 시에서 모임이 있고 그 모임에서 주어지는 지시에 따른 마을 가꾸기 사업을 주민들에게 전달 내지는 권유하는 정도, 그것도 웬만한 것은 적당이 눈치껏 빠져도 된다는 전임 회장단의 설득(?)에 덜컥 그 직을 수락 했는데, 웬걸 박근혜 정부 들어서며 ‘new 새마을운동’전개로 새마을지도자 및 부녀회 모임이 한 달에 두세 번으로 빈번하다. 특히 요즘 같은 봄날로 접어들자 마을 가꾸기 지도자 모임이 부쩍 널어난 것이다.
뭐, 아내의 성격상 전임 회장단의 설득처럼 어영부영 날짜나 채우고 웬만한 모임엔 농땡이 치는 것은 어림도 없는 거지만, 면정부에서 날아오는 공문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온다. 물론 이런저런 명목의‘new새마을운동’명칭을 붙여서. 문제는 아내의 기동력이다. 작년 운전면허를 따고 자기 몫으로 새 차를 한 대 뽑았지만 내일, 모레 또 다음으로 미룬 게 근 일 년, 여태도 장롱면허 신세라 어딜 출두하면 내가 운전기사 노릇을 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솔직히 영 성가시고 귀찮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뻑 하면 마을회관에 모여 이런저런 사안을 두고 회의를 한다며 귀가가 늦어지는 관계로 몇 번은 짜증을 내며 전화를 한 적도 있다. 이를테면 마을일보다 가정 일을 우선하라며. 그러나 뭐 겉으로는 이런 강짜를 부리지만 어쨌든 마을을 위해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며 부녀회장이 됐으니 웬만하면 협조를 아끼지 않으려 하고 있다. 가령 회장님의 발이 되어 운전을 해 주는 것만도 그리 녹녹한 외조는 아니다.(너무 지나친 공치산가?^.^;;;)
그런데 아내의 업무를 옆에서 가만히 겪어보니 이 마을일이라는 게 부녀회와 이장의 업무는 명목상 독립되어 있지만, 손톱만한 일이라도 이장 업무와 유기적으로 연관이 없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다. 언제나 마을의 이장이 일을 만들어 부녀회에 지시하고 그 지시에 따른 마을 가꾸기에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이장과 부녀회장은 마을을 위한 업무만 놓고 보면 실과 바늘 같은 성격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new새마을운동’으로 지방정부에서 이런저런 보조 사업이 있는 모양이다. 마을 길 단장하기, 마을회관 수리 보수 등등 여러 사업이 있는데 적게는 수백 어떤 것은 천여만 원이 넘는 사업도 있다. 얘긴 즉 언제나 사람을 치사하게 만드는 돈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어제 신문에 모처의 대단지 아파트 관리소장이 주민들이 갹출하는 관리비를 삥땅쳐 호의호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기사를 읽는 내내‘별 놈의 파렴치한도 다 있구나.’했는데, 사실 아내가 갑자기 마을 부녀회장이 된 것은 전임 회장단이 부녀회공동재산을 횡령한 것은 아니고 씀씀이가 헤프고 일부는 전용을 했던 모양이다. 결국 부녀회의 감사에 걸려들었고 원상복구 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으며 그 끝으로 졸지에 회장에 선임 되었는데, 그런 사정을 안 아내의 제안으로 부녀회 공동기금의 통장과 도장을 부녀회총무에게 맡기고 금전이라면 땡전 한 푼도 신경 쓰지 말게 하는 조건으로 그 직을 수락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음~! 역시 우리 마누라여!”라고 자랑스러워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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