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안에 이PD는 전화를 한다. 그런데 그의 얼굴빛이 그리 좋지 않다 그리고‘아! 네에~, 술을 못 하신다고요?’라는 섭섭한 여운을 남기는 대화를 나눈 뒤 전화를 끊자마자‘이거 나한테 찍혔어..’라며 좀은 격앙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지난번에도 온다고 약속까지 하고 전화 한 통 없이 오지도 않고...’라며 벼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는 정말 중요한 말‘이 새끼 인사하는 꼬라지를 못 봐 항상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라는 분통을 터트리는 것이었다.
어!? 이거 말은 안 했지만 어디서 많이 본 광경 아니던가? 내가 그랬는데... 우리 아내가 그랬는데...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옆에 있던 최公이 또 한마디 거든다.‘그 사람 원래 인사를 먼저 안 하던데요. 그래서 저희도 꼭 먼저 인사를 해야 인사를 하던데요.’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내 혼자 속앓이를 했던 게 억울하고 분하다. 원래 그런 놈을 가지고 인사를 하네 마네, 집들이에 초청을 하네 마네 했던 게 억울하고 분해 지는 것이다. 괜히 잘못 얘기 꺼 집어냈다가 나만 좁아터진 밴댕이 소갈머리 될 뻔 했는데 다른 이웃들의 그런 반응을 알고 나는 그 자리에서 그동안 곪았던 속을 치유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그 개/새/끼 저를 그토록 이웃으로 대접해 주려고 했는데.. 足같은 새끼! 아주 상종을 말아야 할 새끼구만...”나의 입에서 이웃 아주머니들이 있거나 말거나 쌍욕이 마구 튀어 나왔던 것이다.
사실 이제 털어놓는 얘기다. 조그만 산골마을에 또 이런 저런 표현으로 지방색을 얘기한다고 할 것 같아 표현을 아니 했지만, 그의 억양은 짙은 남도 쪽(어디라고 표현하기 송구한...)이었다. 처음 그들 부부를 만났을 때 부인은 억양이 나와 비슷해 동향 같다고 하자‘대구라예!’라고 했기에 그녀가 대구가 고향인 줄 알았고, 속으로 영호남 화합에 일조하는 부부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사람들이 어쩌면 벌써부터 이웃에게 인사성이 없다고 찍히고 소문이 나야하는지...욕은 마구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
그날 집들이를 하던 날, 모였던 인사들도 이제야 짐작이 간다. 즉 윗마을 김씨 그리고 요양원 뒷골 이씨 등은 면사무소 뒤쪽의 성당(우리 수아. 주아가 다녔던 유아원을 운영하던...)에 다니는 천주교 신도였고, 지난여름 그들은 우리와의 첫 대면에서 성당의 유무와 위치를 문의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 다른 사실은 70여 호가 사는 이곳 산골마을에 호남 양반이 다섯 가구가 있다. 개 중에는 나의 바로 아래 동서도 포함 되어 있다. 그런 것을 꼭 의식하지 않지만 동서를 뺀 나머지 가구들은 일반의 마을 사람들과 저들의 교류가 훨씬 빈번하고 친교적인 모습이 눈에 뜨인다. 그런 모습에 이PD는‘이런 산골까지 와서 향우회를 만드냐?’고 빈정거리기 까지 한다. 그날 부로 정씨네는 왕따가 된 것이다.
남이야 향우회를 만들든 말든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 중 두 가구는 나에게 형님! 형님! 하며 곰살궂게 대한다. 글쎄다. 형님 소리를 들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그렇게 친화적으로 대하는 대야 그들이 전라도든 일본 놈이든 나쁠 게 없지 않은가.
전라도라고 더 밉고 집들이에 초대를 하지 않아서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성의를 다해 저들을 함께할 이웃으로 접근해가면 그에 상응하는 반응 아니 그 반에 반이라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웃과 친해지려고 떡을 돌리러 갔더니 문전박대나 하고, 벨 소리에 애 깼다고 소리 지르는 싸가지 없는 년과 무엇이 다른가?
나도 이젠 정씨네에게 절대 먼저 인사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설령 그쪽에서 먼저 인사를 해 온다고 해도 그저 데면데면 하는 것으로 그칠까 한다. 혹시 정씨네가 대오각성을 하고 이웃들에게 다가서면 모르겠지만....그런데 하는 싸가지를 봐선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 또 안타깝다.
산골일기를 쓰며 귀농. 귀촌을 권장하거나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가끔은 그런 댓글을 다시는 분이 계신다.“지방 텃새가 심하다던데...” 텃새? 텃새는 죄가 없다. 차라리 저렇게 왕따 당하다가 도저히 살 수 없다면 철수하는 철새보다 낫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텃새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것은 오로지 내할 탓에(탓새)있다. 텃새도 철새도 탓새에게 못 당한다.
덧붙임,
사실 조선일보의 기사도 기사였지만, 내가 정말 화가 났던 것은 기사가 나오기 전의 일요일이다. 정씨네 집에 손님이 온 모양이다. 남자였다. 정씨부인은 그를 안내하여 천등산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문전옥답에서 나와 아내는 밭을 일구고 있었다. 그날도 나는 먼저 인사를 당겼다.‘안녕 하세요!’ 그러자 정부인은 멈칫거리며‘안녕 하세예?’라고 마지못해서 인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몇 발짝 걸어가던 사내가 정부인에 말을 한다.‘누구야? 누군데 저렇게 인사를 해?’ 정부인 왈,‘뭐 그냥 아는 척하니까 인사하는 거지...’ 나만 들은 게 아니다. 아내가 먼저 말 한다.‘저 여자 말하는 거 좀 봐...’,‘자기도 들었지?’내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나를 쪼잔 한 놈으로 몰지 마셨으면 한다. 도대체 뭘까? 왜 그럴까? 내가 아니 우리 부부가 뭘 잘못 했는지 물어나 볼까? 그런데 용기가 나질 않는다. 어쩌면 저들이 우리를 왕따 시키고 있나? 한 번쯤 반성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