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정씨네는 한 겨울인 지난 12월 중순 쯤 새로 지은 집으로 입주를 하며 매주 부산스레 이삿짐이 조금씩 옮겨 질 때마다 그들 부부를 조우를 하였지만 한 번도 인사를 않았고, 빤히 쳐다보면서도 반드시 내가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먼저 해야만 마지못해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기분이 좋을 리 없었고“차~아식! 나이도 어린놈이 모가지에 기부쓰를 했나? 뭐가 저렇게 뻣뻣해?”하며 비 맞은 중처럼 혼자 중얼거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지난여름 처음 그들 부부를 만나 수인사를 당기며 이장님을 비롯한 인근 마를 분들을 소개할 때 정씨부인의 말을 나는 정확히 기억 하고 있다. 이런저런 소개 끝에 그녀는 날아갈듯“아이~! 저희는 이 보다 더 깊은 산골짜기에 데려다 놔도 살아갈 자신이 있습니다.”였다. 그만큼 친화력이 있으므로 쉽게 마을 주민들과 융화 내지 동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아무려면요!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시골이나 산골의 텃세 운운하는데 그거 다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겁니다.”라며 당시 추임새까지 넣었던 것은 나였다.
겨울이 오고 농한기가 시작되면 대한민국의 웬만한 산골마을들은 마을회관에서 부녀회 주관으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집은 빼고 당번을 정하여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그렇지 않은 마을도 있겠지만 우리 마을은 매년 겨울 그렇게 한다.)물론 우리 마을이라고 빠질 수 없고 농한기엔 그런 식으로 이웃과 교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정씨 부부가 새로 장만한 집을 꾸미는지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다.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문득 새로 오셨으니 마을 분들에게 소개를 시켜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의 주체할 수 없는 넓은 오지랖 덕분이다.
‘안녕하세요!’(내가 이런 식으로 인사를 당길 때 나는 그들을 항상 우러러 봐야 한다. 그들의 집이 우리 집 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나의 고함(?)에 정씨내외는 나를 굽어 살피며 역시‘네, 안녕 하세요!’라며 인사를 한다. ‘아~! 다른 게 아니고 점심식사 안 하셨으면 저랑 마을회관으로 점심식사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새로 이사도 오셨으니 마을 분들과 인사도 나누실 겸...’, ‘아! 네, 좋지요. 그럼 그렇게 해도 될까요?’, ‘그러시면 내려오십시오!’
그리고 잠시 후 그들 부부와 함께 마을회관으로 갔었고, 이미 마을회관에는 마을주민들로 만당해 있었다.‘저어~! 소개해 드릴 분이 계셔서 이렇게 모시고 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분들은 저희 위에 새로 지은 집 내외분이십니다. 오늘 마을 어르신께 인사드리러 오셨답니다.’짝짝짝,,,,, 우레 같은 박수와 함께 어서 오시라는 덕담...쏟아지고....그러자 정씨부인의 날아갈듯 한 인사‘누구누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의미로 절이라도 한 번 할까예?(그녀의 고향은 대구라고 했다.)’라며 정말 절이라도 할 기세로 손을 이마에 얹자 마을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아이구!~ 아이구! 무슨...’이라며 손사래를 치며 깔깔깔 웃기까지 한다. 그런데 묻지도 않은 인사를 덧붙이는 정씨부인이다.‘지들은 산골에 데려다 놔도 잘 살아 갈 꺼라예!’라는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의 그 친화력과 자신감을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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